남자친구가 너무 좋아. 남편은 싫어!
아내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그렇게 매일 밤마다 화장실이나 베란다에서 애절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그놈’이 대체 누구냐고 추궁해도, 아내는 언제나 “그냥 친구일 뿐이야.”라고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예 자신과 말상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 고 씨는, 어린 시절, 보기에도 먹음직한 빛깔 고운 강정을 한 움큼 얻어 잔뜩 그 맛을 기대하며 침을 꿀꺽 삼키다가 한 입 아삭 베어 물고서야 그것이 속 빈 강정임을 알고 허무해했던 기분이 이만 할까,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이런 답답한 마음은 첫날밤부터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떼게 된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듯 흥분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꼭 부둥켜 앉은 그의 손을 매섭게 뿌리치고 자신의 품 밖으로 빠져나가는 신부 허 씨의 행동이 ‘부끄러움 탓이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날밤을 두려워하는 신부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생각에 그의 달아오른 마음을 가라앉히고 첫날밤을 보냈다.
그런데 이런 ‘독수공방’이 어디 있는가 말입니다. 그렇게 첫날밤을 치르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아내는 그의 이런 마음을 모른 채, 아니 모르는 척하며 성관계를 일절 거부했습니다. 이것만이라면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하며 천천히 기다려볼 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성관계를 요구하는 자신을 혐오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며, 다른 남자와는 긴 통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 씨의 기척이라도 느껴지면 서둘러 전화를 끊으니 그로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하며 다른 남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것 이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허나 조금 더 이 결혼생활이 지속된다면 자신은 아마 미쳐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